'우상의 황혼(Götzen Dämmerung)' -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 본고는 '선악을 넘어서' 의 속편(中)으로 니체의 저서인 '우상의 황혼' 만을 다루었음을 명시합니다.
- 이전까지의 '우상의 몰락'을 선언하다.
1888년에 쓰여진 이 니체의 저서는 기존의 '우상'이 되었던 가치들을 전도시킨다. 본저에서는 '모든 가치의 전도'라는 후기 니체의 철학적 과제를 실현시킨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머리글에서 니체는 '명랑함의 유지'와 더불어 '우상의 진단'이 (아마도 정신적인) 부상의 치료법임을 명시하는데, 가히 니체답다. 그리고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라는 격언을 남긴 사람답게, 그의 좌우명이었던 잠언을 밝힌다.
상처로 인해 정신이 성장하고 힘이 회복된다.(Increscunt animi, veirescit volnerevitrus.)
(우상의 황혼 머리글 中)
또한 '이 작은 책은 하나의 커다란 선전포고' 라고 선언하는데, '우상의 진단'이야말로 한 시대의 우상이 아니라 영원한 우상들이라고 밝힌다.
- '우상의 황혼'의 구성
총 10개의 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는 본저는 격언과 과거 우상들(소크라테스부터 이성 그리고 독일인)에 이르기까지의 오류들을 집어낸다.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러하다.
1. 머리말 : 우상을 진단하는 것이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임을 명시하는데, 그 '우상의 진단' 이야말로 역설적으로 영원한 우상임을 밝힌다.
2. 잠언과 화살 : 니체의 격언들을 수록해두었다. 심리학에 대해서는 '빈둥거림'이라며 빈정대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세상에서 혼자 살기 위해서는 사람은 짐승이 되든가, 신이 되든가 해야한다.' 라는 말에서 철학자는 제 3의 경우임을 역설한다. 추종자를 찾으려는 이들에게 기원(零)을 찾으라고 말하기도 하며(니체는 기원을 찾는 역사가들을 옆으로 걷는 '게'에 빗대는데 이는 뒷면만을 바라보는 형질을 비유한 것이다.) , 유대인들, 러시아인들을 비웃는다. 또한 독자가 저지르고 있는 실수들을 언급한다.
('화살'이라는 건 '도덕은 저격당해야 한다'는 격언 중 하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3. 소크라테스의 문제 : 현인들의 삶으로 비롯된 결론에 대한 의심을 한다. (퇴폐주의자였던 것 뿐이란 말인가!) 대표적인 현인들중 한 명인 소크라테스에 관한 고찰을 하는데, 소크라테스를 '전형적인 범죄자' 이자, 그의 사상이 특이체질(소크라테스는 천민출신으로 추한 외모로 유명하다.)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름을 말한다. 사상 중 하나인 변증법에 대해서는 "변증가는 그의 논적 지능을 멍들게 한다."며 복수의 형식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그가 연애론자이자, 자신이 전 유럽을 매혹시켰음을 스스로 알았다고 일컫기도 한다. 소크라테스의 '이성'의 합리성성으로 인해 이분법 (몰락/ 이성) 이 생겨났으며 이가 퇴보적이기까지 하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는 의사가 아니다. 여기서는 죽음만이 의사일 뿐이다.
소크라테스는 오랫동안 병들어 있었을 뿐이다.
(우상의 황혼 ' 3장 소크라테스의 문제 中')
4. 철학에서의 이성 : 이제껏 이뤄져 왔던 '개념의 우상숭배자들의 감각탐구'를 비판한다. 나아가서 그것을 '기만'이라고까지 말한다. 감각을 거부한 헤라클레이토스를 추켜세운다. (목격하기 어려운 니체의 칭찬이다.) 철학자들의 또 다른 특성인 '최후개념을 최초개념과 뒤바꾸는 것' 은 위험하다고 말하며 최고개념은 스스로 생성된 공허한 개념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리송하다.)
인류가 병적 망상가의 정신없는 행동을 진정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그 대가로서 높은 대가를 지불해 왔다는 것이다!
(우상의 황혼 '4장 철학에서의 이성 中')
언어로부터 비롯된 형이상학도 비판하는데, 이가 진정한 사고랑 상반되었다고 말한다. 나아가서 모순을 물리치기 위한 명제를 제시하는데 대략 이렇다.
(제 1명제) = 이 세계가 '가상'으로 불려온 여러 근거는 오히려 그 실재성을 뒷받침해 준다. 다른 종류의 실재성은 절대적으로 입증할 수가 없다. (제 2명제) = '진실한 존재'에 있는 특징은 비존재, 무(無)의 특징이다. (제 3명제) = '다른' 세계에 대해 지어낸 이야기는 인생을 비천한 것으로 만들며, 우리 속에 의심하는 본능이 강하지 않은 한 의미가 없다. (제 4명제) = 세계를 '진실한'세계와 '가상적'세계로 나누는 것은 퇴폐적 경향을 암시할 뿐이다. |
5. '진실한 세계'가 어떻게 결국 우화가 되었던가( 어떤 오류의 역사 ) : '진실한 세계 - ~'라는 식으로 6번에 걸쳐 그 이분법적 사고를 제거해 버리는데 일조한다.
6. 반자연으로서의 도덕 : 그리스도교들을 '생명(열정)을 공격하는 반자연적인 이들'이라며 비난한다. 또한 그들을 '스스로 금욕을 필요로 했던 무능력자들'이라고 말한다. 우상의 황혼이 도래했음을 선언함과 동시에 건강한 도덕은 삶의 본능이 지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사람을 보라'에 대한 언급)
7. 네 가지 중대한 오류 : (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오류) / (나. 모든 도덕, 모든 종교가 '명령'하는 오류) / (다. 상상적 원인의 오류) / (라. 자유의지의 오류) = 모든 행위에 의욕이 있지만은 않다.
8. 인류를 '개선하는 자들' : 도덕적 사실이 성립 불가능하다는 걸 밝힌다. 또한 그리스도교의 개선은 '약화'에 지나지 않음을 주장한다. 신약성서를 비판하기도 한다.
9. 독일사람들에게 부족한 것 : 정치 면에서는 독일철학의 종말과 굴종에 대해서 비판하며, 독일민족이 그리스도교, 알코올, 그리고 음악에 너무 도취되었다고 말한다. 문화와 국가(정치)가 반비레하는 모순을 지적하며, 독일문화가 쇠퇴하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그리고 필요한 것은 '교육자'임을 역설한다. (교욱자가 필요로하는 과제 에 대해서 후술한다.)
나는 독일 정신이 조잡하고 천박해졌음을 말한다.
(우상의 황혼 9장 '독일 사람에게 부족한 것 中')
10. 어느 반시대적 인간의 편력 : 니체 자신이 견딜 수 없는 이들을 총 망라한다. 예를 들자면 르낭(그리스도교와 과학결합시도를 비판했다.), 생트 뢰브(19세기 프랑스 문예 비평가이자 소설가), 조지 엘리엇(영국의 여류소설가) , 조르주 상드 등이다.
예술과 미학에 대해서도 서술하는데, 예술의 전제조건인 도취로서 이상화를 정의한다. 또한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으로 도취를 나누어 설명한다.
심리학자들은 궤변을 늘여놓는다고 비판한다. 나아가 지적 양심을 위한 위선보다 더 희귀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11. 내가 옛 사람에게 힘입은 것 : 자신이 '살루스트'와 주신제(술의 신 바쿠스를 기리는 축제) 심리학의 영향을 받았으며, 그리스 사람에게서는 강한 인상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12. 망치는 말한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일부분 차용.
- 총 평론
니체의 문장은 모더니즘의 그것과 닮아있다. (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가끔 화가 치솟을 정도로!) 스스로 망치를 자처하면서 모든 것을 부수어 나가는 데, 간혹 부수지 않은 것들도 있다. 그 또한 사람이니, 필히 자신의 사상과 철학에 영향을 끼친 인물이 있지 않겠는가. 프루스트와 도취로써의 철학 그리고 헤라클레이토스가 그것이다. 반면에 영특한 그리스의 위인들은 까 내리는데, 이게 얼마나 파격적인가 하면 유럽의 정신은 그리스에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그 뿌리가 깊었기 때문이다. 니체는 그 둔탁한 망치로 그 뿌리를 송두리째 뽑으려 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기존 크리스트교에 대한 비판을 너무 가감없이 하는지라 조금 겁이 날 정도였다. ( 필자는 불가지론자이지만, 가톨릭 서적도 즐겨 읽는다.) 니체는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피력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의 철학은 내 기존의 모든 것들을 뒤흔들어 놓았지만, 여전히 그의 문체는 난해하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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