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모든 것들의 주석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
- '우상의 황혼'에서 언급된 '이 사람을 보라'
니체는 대개의 독일인들이 그렇듯, 친절한 문체의 주인공이 아니다. 그런 그가 자신이 행한 '우상 파괴 작업'에 대한 주석을 집대성해서 이 저서를 남겼다. 또한 그의 또다른 저서인 '우상의 황혼', '반자연으로서의 도덕' 편에서는 '이 사람을 보라' 라는 문장이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도덕군자들을 비꼬는 말로 쓰였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후의 자신과 자신의 저서에 대한 주석(註釋)집에 똑같은 제목을 붙인다. (가히 니체답다.)
마지막으로 "인간은 이러이러해야 할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얼마나 소박한가를 다시 생각해보자 (중략)
이 편견 심하고 도덕군자인 체하는 사람은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알고 있으며, 벽에 자기 모습을 그려놓고 그 것을 향해서 이렇게 말한다. "이 사람을 보라!"
(우상의 황혼, 반자연으로서의 도덕 中- P228~229 )
- '이 사람을 보라'의 구성
니체는 기존의 가톨릭적인 사고방식을 깨는 도취의 철학, 즉 디오니소스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서술한다. 그리고 자신과 자신의 저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니체와 친분이 있었던 '바그너'에 대해서 밝히는데, 각 목차부터가 눈을 사로잡는다. 1~4에 이르기 까지 그는 그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전 유럽에 팽배해 있는 퇴폐주의를 규탄하고, 5~13에 이르기까지는 그의 저서에 대한 주석을 늘여놓는다.
니체의 마지막 저서답게, 모든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 사람을 보라' 는 니체 사후 8년이 지나서 출간된다)
< 구성 >
1. 머리글 : 2.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 : (도덕군자의 그것을 비꼬면서 똑같은 제목을 차용했다. 니체가 의도한 바인 것일까.) 3.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가 : 4.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을 쓰는가 : 5. 비극의 탄생 : 비극의 탄생(1872)에 대한 주석이다. 6. 반시대적 고찰 : 두번재 반시대적 고찰(1874)에 대한 주석이다. 7.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두 개의 속편과 함께 ) : 8. 아침놀 (선입견으로서의 도덕에 대한 생각) : 9. 즐거운 지식( la gaya scienza) : 10.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모두를 위하면서도 아무도 위하지 않는 책) : 11. 선악을 넘어서 (미래 철학의 서곡) 12. 도덕의 계보 (논쟁의 책) 13. 우상의 황혼 (어떻게 사람은 망치를 갖고 철학을 하는가) 14. 바그너의 경우 ( 한 음악가 - 문제 ) 15. 왜 나는 하나의 운명인가 : |
※ 볼드체로 된 부분은 그 스스로 내놓는 그의 저서에 대한 주석들이다.
- 니체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
나를 이해했는가? 디오니소스 대 십자가에 못박힌 자.........
('이 사람을 보라' 中 P396)
니체의 철학은 망치의 철학이자 도취의 철학이다. (디오니소스적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는 '이 사람을 보라' 마지막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기존의 유럽이 우상들(가톨릭 등)로 하여금 퇴폐주의로 젖어들고 있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자신에 관해서는 '이중성' 이라는 특성으로 설명한다. 자신이 퇴폐주의의 반대이자 퇴폐주의자 그 자체라는 말까지 늘여놓는데, 모든 것을 부수는 것은 개혁임과 동시에 모든 걸 무(無)로 돌리는 퇴락임을 자신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퇴폐주의자라는 사실은 별도로 하고, 나는 그것의 반대이기도 하다. " - P 300
"이러한 이중적인 경험, 언뜻 분리된 듯한 두 세계의 어느 쪽에도 드나들 수 있다는 사실은 어느 점으로 보나 나의 천성 가운데서 되풀이된다 . 나는 이중인격자이다. - P301
니체를 읽다보면 두 극단은 서로 통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모든 것을 부숴 버린만큼 개혁의 여지도 있지만, 퇴보하는 것과 진배없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끝이 도래했음을 알고, 자신의 철학을 주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결심이 바로 이 '이 사람을 보라' 에 드러난다.
- '니체 대(對) 바그너'
니체와 리하르트 바그너는 동시대 인물이다. 동시대 인물일뿐만 아니라, 그들은 친분이 있었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니체는 그와의 교류를 끊기로 마음먹는데, 여기에서도 그에 대한 장(章)이 할애되었을 만큼 그가 니체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으면 니체의 또다른 저서 '니체 대 바그너'를 참조하면 좋을 듯하다.)
'니체 대 바그너'는 니체가 바그너에 관해 쓴 에세이 집으로 그가 왜 바그너와 연을 끊었는지 알 수 있다. 니체는 바그너의 음악에 대해서는 동경을 표했지만, 그의 종교적 편견(반유대주의)에 대해서는 큰 실망을 품었던 것이다.
나는 음악이 세계를 밝게 해주는 긍정의 성격을 잃어버렸다는 것에, 다시말해 그것이 퇴폐적 음악이며 더 이상 디오니소스의 피리가 아니라는 것에 괴로워하는 것이다.
(이 사람을 보라 - 바그너의 경우 P381)
- 총 평론
누누이 말했지만, 니체의 철학은 단순히 모든 것을 무(無)로 돌리는 데 의의가 있지만은 않다. 그랬더라면 니체가 이렇게 유명세를 타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그는 차라투스트라가 언덕을 오르고 내려오듯이, 모든 것이 순환하고 극단이 연결되는 이 세상에 대해서 밝혔다. (다소 불교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철학이라는 비판을 말미암아 그 시발점이 되고자한 바 있다. 니체를 그저 '파괴자'라고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기존의 상식들에 원초적인 물음 (어쩌면 당연해야 헀을지도 모를) 을 세간에 불어넣어줬다.
마지막으로 긴긴 니체 저서들의 행려를 따라와 준 독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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