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Siddhartha) -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 독일작가가 쓴 싯다르타 일대기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는 선교사의 아들이다. 1992년 싯다르타를 출간하기 이전인 1911년에 인도 여행을 할 만큼 동양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그의 외조부 헤르만 군데르트(Hermann Gundertt)는 남인도의 언어학자였다. 헤세 집안은 경건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엄격한 기독교 집안이었지만 타 종교에 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그의 아버지는 노자에 관련된 책을 쓸 만큼 동양에 관한 관심이 짙었다고 전해진다.
- 싯다르타는 불교 소설인가?
헤세가 외조부인 군데르트에 의해 인도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는 굳이 이 소설을 불교적 관점에서 옹호하고 싶지만은 않다. 헤세의 작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양극단( 신성과 죄악 )의 화합이다. 이러한 특징은 싯다르타를 출간하기 이전인 1919년에 발행된 '데미안(Demian)'에서도 살펴 볼 수 있는 데, 그 주인공인 싱클레어는 선악의 경계를 짓고 살았다가 이제껏 '악(惡)'이라고 믿어졌던 기존의 상식이 전도되는 경험을 절절히 체현한다. 불교의 윤회적 관점이 조금은 영향을 끼친 듯 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싯다르타'를 마냥 불교적인 입장에서 해석하고 싶지만은 않다. 실제 헤세는 "기독교 가문과 교육을 받았지만 일찍이 이미 교회를 떠나 다른 종교들, 특히 인도와 중국의 신앙 형태를 이해하고자 노력한 사람의 신앙 고백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놀랐던 점은 헤세가 산스크리트어의 중국식 표기를 병기했단 점이었다. 물론 역자가 덧붙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른 판본인 민음사의 싯다르타를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브라만의 한자식 발음인 '바라문'으로 되어 있었다. 즉 헤세가 한자를 병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브라만((婆羅門)의 아름다운 아들이자 젊은 매인 싯다르타는 집 그늘에서 나룻배들이 있는 강둑 양지바른 곳에서 사라수(沙羅樹) 그늘에서, 무화과나무 그늘에서 브라만의 아들인 친구 고빈다와 함께 성장했다.
( 싯다르타 P9 )
- 헤세의 또 다른 문학들
재작년 즈음인가. 어느 책을 강독하는 프로그램에서 설민석 강사님께서 '데미안(Demian)'의 해설을 하신 이래로, 소설 데미안이 대두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헤세하면 '데미안' 그리고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 를 떠올리곤하는데, 정작 노벨상을 받은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는 읽지 않는 경우가 있다. 헤세의 작품들 중 가운데 가장 기념비적인 작품을 꼽는다면 필자는 유리알 유희를 추천한다. 그 작품이 비단 1946년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노벨상을 수상한 것 때문만은 아니다. 헤세의 문학적 특징 하면 앞서 언급했다시피 양극에 대한 화합과 통일인데, 유리알 유희는 그 특징을 초월한 것에서 의의가 있다. 모든 것이 하나로 돌아간다면 세상은 회의론에 찰 수 밖에 없다는 게 유리알 유희 이전의 헤세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이었다면, 유리알 유희는 그 너머의 세상을 본 작품이다. 그렇기에 단연 추천한다.
- 헤르만 헤세가 추구한 싯다르타
작중 싯타르타는 해탈(解脫)을 꿈꾼다. 그것이 지식 너머에 버젓이 자리하고 있는 영원불멸의 진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카스트의 최상 계층인 브라만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출가하여 사마나가 된다. 그리고 많은 지식을 터득하지만 회의에 빠진다. 후에 '고타마 붓다'라는 초월적인 인물을 만나지만 그는 도리어 고빈다와 길을 달리하며, 타락의 길을 스스로 걷는다. 후에 그는 카말라라는 미인을 만나 그녀로부터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카마스바미로부터 장사하는 법을 배우는데 이는 모두 세속적인 것들이었다.
그가 보기에 모든 것이 가치없는 일이었다. 모든 것이 거짓이었고, 모든 것이 악취를 풍겼다. 모든 것이 거짓의 악취를 풍겼으며, 모든 것이 의미있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처럼 보였다. 그 모든 것은 어쩔 수 없이 썩어 없어질 것이었다. 세상은 쓰고, 인생은 번뇌였다.
(싯다르타 P25 헤세의 문학적 특징이 잘 드러난 구절 )
후에 그는 정직한 뱃사공으로써 살아가는데, 이는 참 씁쓸하게 느껴졌다. 파스칼 식으로 말하자면 생각하는 갈대인 인간은 그래도 갈대임이 분명하다는 걸 말하고 있는 듯 보였다.
- 헤세가 생각하는 자식이란?
헤세는 싯다르타의 일부분에 자식은 부모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모종의 사실을 담았다. 그 부분은 바로 '아들(P157~184)'이라는 문단이다. 뱃사공이 된 싯다르타가 떨어져 있던 카말라와 아들을 만나지만, 카말라는 독사에 물려 죽음을 맞고, 아들을 넘겨받는다. 하지만 아들은 옛 호화로운 생활을 그리며 아버지를 버리며 도심으로 돌아간다. 싯다르타는 아들이 자신처럼 경건한 사람이 되기를 바랐지만 좌절된 것이다.
헤세는 두 번의 결혼 생활을 했고 '브루노 헤세(Bruno Hesse)'' '마틴 헤세(Martin Hesse) ' '하이너 헤세(Heiner Hesse)' 의 2남 1녀의 아버지였다. 그 중 장남인 브루노 헤세의 아버지에 대한 회고록은 잘 알려져 있다.
- 총 평론
대학을 갓 입학했을 때, 닥치는 데로 독서활동을 이어갔던 적이 있다. 그 중에서 태반이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일본 작가의 작품이었다. 헤르만 헤세는 걔 중 많은 지분을 차지했다. 이 싯다르타라는 작품은 '진리의 추구'라는 점에서 괴테의 파우스트와 조금 닮아있다. 실제로 그는 어린 시절 그 작품에 심취한 적이 있기도 하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헤세의 작품을 접한 건 이번으로 네 번째이지만, 이번에는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헤세의 언어들은 섬세하고도 복합적이다. 그건 아마도 동양적인 것에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너무나도 뜻 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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