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La divina comedia) -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

- 신곡의 원제 표기에 관해서
신곡(神曲)은 '신성한 희곡'의 준말이다. 하지만 처음 이 민음사의 원제 표기를 보고 다소 놀랐던 점이 있는데, 바로 후세의 이들이 붙였던 신성한(divina)를 배제시켰다는 사실이다.
La comedia di Dante Alighieri - Pugatorio ( (번역) '단테의 희곡 - 연옥' )
아마 원제에 충실하고자 신성한 이라는 의미의 형용인 'divina' 를 뺀 것으로 추정된다. 책을 펼쳐보면 '일러두기'라는 목차 다음에 부차적으로 붙여진 역자(譯者)의 설명란에서는 'divina comedia' 를 완역한 것이라고 주석이 달려있는 걸 보면 원제에 충실하고자 하는 역자의 마음을 미루어 볼 수 있었다.
- 단테의 신곡을 읽기 시작한 초심자들을 위한 길잡이
단테의 신곡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정교한 세공석' 이다. 이 민음사의 신곡을 접한 이들이 뒤에 딸린 주석을 조금이라도 주의깊게 읽어보았다면 단테가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는 시각을 당시 천동설 위주의 천문학적으로 시간대를 정교하게 나누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지옥편의 1곡은 '1300년 3월 25일 목요일 밤에서 3월 26일 금요일 아침까지' 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렇한 사실은 그가 지독할 정도로 세세한 묘사를 깃들였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말 그대로 아주 섬세하게 조각된 세공석이나 첨탑에 빗대어도 진배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신곡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건 그리스 신화와 가톨릭의 결합인데, 실제로 폭력 상해의 지옥인 7지옥을 지키는 파수꾼이 미노타우르스인 등, 많은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단테의 신곡은 이렇듯 설명을 요하는 부분이 많고, 형식 자체가 시편으로 되어 있어 조금 버겁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톨릭 서적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예외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단테의 신곡은 소설화가 잘 이루어진 시편 중의 하나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신곡의 소설 버전(version)은 아름다운 날 출판사에서 간행된 편역본이다. 주석도 줄이고, 참 잘 정리되어 있는 듯하다. 신곡을 접하는 게 처음이라면, 먼저 이 편역본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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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의 삽화에 대해서( 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e),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
개인적으로 후세에 덧붙여진 신곡의 삽화에 대해서 굉장히 흥미가 깊다. 더군다나 프랑스(귀스타브 도레)와 영국(윌리엄 블레이크) 등 다른 서구의 화가들에 의해 삽화의 작업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 당시 신곡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1. 귀스타프 도레 ( Gustave Dore 1832~1883) 의 목판화
귀스타프 도레는 프랑스 출신의 삽화가로 낭만파 아카데미 화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럼 그의 삽화를 살펴보도록 하자. 굉장히 정갈하고 세심한 묘사가 깃든 판화이다.

2.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27)의 회화
낭만주의 시인이자 화가였던 윌리엄 블레이크는 '순수의 노래' '델의 서' '밀턴(존 밀턴)' '예루살렘' 등의 체험을 토대로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비단 시 뿐만 아니라, 단테의 '신곡'과 구약성서의 '욥기' 의 삽화를 그렸다. 그의 화풍은 야수파의 그것처럼 강렬하고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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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알리기에리의 회환(懷恨)
단테 하면 젊은 시절 잃은 베아트리체를 향한 숭고한 사랑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단테의 긴긴 유랑 생활을 떠올리곤 한다. 더러운 정쟁(政爭)에 휘말려 피렌체에서 쫓겨난 그는 지옥편에서 많은 교황과 정치인들을 지옥에 보내버렸다. 이는 참 안타깝게 느껴지곤 한다. 실제로 단테 자신도, 그 죄악에 걸맞는 형벌을 받고 있는 이들에게 격분을 토해내니까 얼마나 한이 되었을지가 가늠이 되곤 한다. ( 지옥 32곡에는 심지어 얼음에 쳐 박혀 있는 죄인의 머리채를 잡기까지 한다.)
- 구성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완벽한 시편
단테의 신곡은 총 100곡이다. 처음 지옥에 들어서기 전 인생의 중반에서 방황하던 1곡, 지옥에 들어선 후 33곡, 연옥에 들어선 후 33곡 그리고 아름다운 천국의 33곡. 굉장히 구성적으로 잘 짜여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지옥의 림보에 예수님 이전의 성인들을 가둠으로써, 신약이 가져다 주는 구원의 의미를 더욱 역설한다.
- 총 평론
미켈란젤로는 지구 위를 걸었던 사람들 중에 단테보다 더 위대한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독실함과 서술적인 완벽을 추구하는 기민함은 존경할만하다고 생각된다. 비록 그는 이성을 추구하는 철학을 결코 인정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자살을 한 영혼들이 살인의 지옥에 나무가 되어 있는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던 것 같다. 죽음은 자신에게조차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되는 주제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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