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은 환상동화 "미하엘 엔데(Michael Andreas Helmuth Ende)"
- "미하엘 엔데" 독일 환상동화의 표본이 되다.
독일 동화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 필자는 개인적으로 아이들에게 잔혹하리만치 현실과 벌에 대해서 알려주는 그러한 특성이 떠오르는데, 예를 들자면 이렇다. 다음은 엄지를 빠는 습관이 있는 아이의 엄지를 자르는 그림이다. 동화라고 생각될 수 없을만큼 잔혹하다. 아마 독일에서 생각되는 동화의 효용이 여타의 그것과 달랐던 모양이다. 즉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보다는 끔찍할 정도로 '버릇'을 단단히 고치는 방편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도 좀 오래된 이야기다. 유명한 덴마크의 동화작가 '안드레센(1805~1875)' 식의 환상동화가 전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위한 동화에는 '꿈과 환상' 을 저버려선 안된다는 의견이 강해지고, 결국 이러한 형태의 잔혹한 독일 동화는 쓰이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1929년 현실주의 화가 '에드가 엔데'와 역시 화가인 '루이제 바르톨로메'의 아들로 미하엘 엔데가 출생한다.
그는 화가 집안의 아들답게 그림, 글, 연극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 본격적으로 동화를 쓰기 시작한 것은 아버지 에드가 엔데의 연금술, 신화, 종교학에 관한 박식한 지식에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 1960년 처녀작 '기관차 대여행'으로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고, 이후 '모모(1970)'와 '끝없는 이야기(1979)'로 독일 청소년 문학작가로 이름을 알린다.
아마 '기관차 대여행'을 들어보지는 못했더라도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에 대해서 한번쯤은 어린시절에 들어보았을 것이다. ('끝없는 이야기' 보다는 '네버엔딩 스토리(Neverending story)' 라는 영문식 표기가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도 많이 가요나 노랫말으로 오마주되었다.) 엔데 작품의 큰 특징하면, '어른에게도 널리 읽힌다'는 점일 것이다. 뛰어난 상상력과 잔잔하고도 파문(波紋) 짙은 여운은 어른에게도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 미하엘 엔데의 대표작 '모모' 와 '끝없는 이야기'
1. 모모(MOMO)
: 모모는 시간에 쫓기지 않는 법에 대해서 말한다. 아마 성인이 되어서 읽으면 그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시간에 쫓겨 소중한 이들을 놓쳐 보이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서 곱씹게 된다. 그와 더불어 엔데의 삽화는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그 분위기를 잘 자아낸다.
엔데는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아일랜드 뱃노래로 막을 연다. 이는 모모의 여정 (혹은 삶)이 뱃사람들의 그것과 비슷함을 의미한다고 필자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모모의 길잡이는 카시오페아 라는 거북이다.)
어둠 속에서 비쳐오는 너의 빛
어디서 오는지 나는 모르네.
바로 곁에 있는 듯, 아스라이 먼 듯
언제나 비추건만
나는 네 이름을 모르네.
꺼질 듯 꺼질 듯 아련히 빛나는 작은 별아
-옛 아일랜드 동요에서-
<줄거리> 는 간략하다. 모모라는 한 소녀가 한 마을 무너진 극장에서 머무르게 되는데, 모모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다. 바로 '남의 말을 경청하는 재주'이다. 그 덕에 마을사람들에게 떼어 놓을 수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회색신사들이 나타나 사람들의 시간의 꽃을 빼앗기 시작하고, 결국 마을사람들은 시간의 노예가 된다. 그래서 세계의 저편으로 모모는 시간의 꽃을 찾아 떠난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비유는 바로 옛 뱃사람들의 길잡이였던 "카시오페아"라는 이름을 길을 안내하는 거북에게 붙였다는 점이었다. 이 거북은 나중에 엔딩을 예고하기도 하는데 (거북의 등딱지에 '끝'이라는 글자가 떠오른다.) 이는 독자와 작중 인물의 경계를 허무는 엔데 동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정말이지, 그는 이런 장치들을 잘 활용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이야기에 보다 더 잘 몰입할 수 있게 한다.
2. 끝없는 이야기 (Unendliche geschichte)
끝없는 이야기는 '요르문간드(북유럽신화의 세상의 경계를 에워싸고 있는 뱀)'가 그려진 새로운 판본이 있길래, 첨부해 보았다. 원래는 좀 더 소박한 디자인이었는데 여기서 삽화를 맡은 작가는 '로즈비타 크바플리크' 라는 분이다. 삽화는 펜화로 A부터 Z에 이르기까지 대략 이런 식으로 이어진다.
끝없는 이야기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글자에 색을 잘 활용해서 바스티안의 '현실세계'와 '환상세계' 의 경계를 잘 나누었다는 점이다. 아주 독창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독자와 작중인물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장치가 설비되어 있는데, 바로 이 책을 동화 속에 등장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바스티안이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는데 그 책 또한 '끝없는 이야기' 이며, 그 책에 마법이 실려 있는 듯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줄거리> 는 바스티안 발타자르 북스라는 한 꼬마가 '끝없는 이야기'라는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면서 생기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환상세계의 중심에 우뚝 솟아있다는 '상아탑'에 대한 비유가 참 멋졌던 것 같다. '상아탑' 이란 세상의 현실과 동떨어진 채 학문이나 예술을 추구하는 태도를 의미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구약성서 아가복음 7장 4절 " 너의 목은 상아로 만든 탑 같고~" 에서 나온 말) 환상세계의 중심에 우뚝 솟아있을 법 하지 않은가!
또 인상적이었던 구절을 꼽자면 23장 '늙은 황제들의 도시' 에 나오는 원숭이가 알파벳 주사위를 굴려가며 시를 짓는 장면이다. 아마 알파벳 주사위를 굴려가며 시를 짓는데는 영겁에 가까운 시간이 걸릴 것이다.
- 총 평론
미하엘 엔데는 위암으로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또 다른 저작인 '망각의 정원 '을 집필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그를 철학가로 보는 입장도 만만찮게 존재하는데, 그의 동화들이 하나같이 동화의 형식을 빌려 만든 철학서 라는 평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엔데의 동화들은 성인이 되서 보면 또다른 감흥이 있다는 점에서 생택쥐페리의 어린왕자와 상통한다고 생각한다. 끝없는 이야기는 꽤나 두꺼워서 청소년들이 읽기에 벅찰 수도 있겠지만, 엔데 특유의 상상력은 어린 시절의 필자에게 즐거운 기억들을 선사해 주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엔데의 저작 '어둠의 고고학'에서 나오는 죽음에 관한 그의 구절을 인용하며 마친다.
구체적으로 지각될 수 있는 세계의 뒤에는 틀림없이 또 다른 하나의 세계, 아니 어쩌면 많은 세계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구체적으로 지각할 수 없다고 할지라도 정말로 그 세계는 있을 것이다. 아니 구체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 세계보다 더 구체적으로 그 세계는 있을지도 모른다.
'한이료의 작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기관리의 결정체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 (4) | 2021.05.27 |
---|---|
'47그룹'과 '토마스 만'을 신랄하게 비평한 '페터 한트케(Peter Handke)' (0) | 2021.05.24 |